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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화면을 설계하는 시대, UX 기획자가 설계해야 하는 것은?

  • 인사이트 2026.06.22.
AI가 표준 UX를 빠르게 구현하는 시대일수록, UX 기획자의 역할은 기능을 정리하는 일에서 사용자의 문제를 정의하고 경험의 방향을 설계하는 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AI가 발전할수록 UX 기획자의 역할은 사람에 대한 이해에 가깝다. ©unsplash 

"생각보다 UX 기획을 너무 잘하는데?"
AI를 업무에 처음 활용하던 날,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위기나 기대가 아닌 ‘놀라움’이었습니다.

화면 구조를 제안하고, 사용자 플로우를 정리하는 AI. 
정책 초안을 쓰고, 심지어 화면설계서에서 누락된 예외 케이스까지 짚어내는 AI. 

사람이 했다면 하루 이상 꼬박 걸렸을 일이 단 몇 분 만에 완성되는 것을 보며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앞으로 UX 기획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하지만 최근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AI가 발전할수록 UX 기획자의 역할은 ‘AI에 대체’되기는커녕 오히려 ‘본질’로 이동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 본질은 ‘기술력’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해에 가깝습니다.


AI는 표준 UX의 진입장벽을 낮춥니다.

웹 서비스에는 이미 수많은 정답이 존재합니다.

회원가입은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좋은지,
게시판은 어떤 구조가 편할지,
마이페이지에는 어떤 메뉴를 둬야 하는지,
알림은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하는지.

수많은 서비스가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쌓아온 UX 패턴을 AI는 누구보다 빠르게 학습하고 결과물로 만듭니다.

실제로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이제는 AI에게 먼저 물어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외국인 대상 플랫폼의 회원가입 구조를 제안해줘."
"교육 신청 프로세스를 설계해줘."
"커뮤니티 서비스의 정보구조를 추천해줘."

돌아오는 답변의 품질도 꽤 높습니다.
예전에는 경험 많은 고연차 기획자만 알던 노하우를 이제는 누구나 빠르게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AI가 UX를 민주화하는 셈입니다. 좋은 UX를 구현하는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이죠. 

그러자 머릿속에 새로운 질문이 생겼습니다.
“AI로 모두 비슷한 수준의 UX를 만들 수 있다면, 서비스의 차별성은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아이러니하게도 답은 UX의 본질에 있었습니다.


©unsplash

사용자는 기능이 아니라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합니다.

최근 해외 연구인력 통합 지원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고객의 요구사항은 비교적 명확해 보였습니다.

“채용 정보가 필요합니다.”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네요”
“컨설팅 서비스도요!”

기능 목록만 놓고 보면 어렵지 않았습니다. 필요한 기능을 정리해 메뉴를 짜고, ‘정답에 가까운’ 사용자 흐름을 설계하면 됐습니다. 오히려 AI가 가장 잘하는 영역에 가까웠죠.

그런데 고객 인터뷰를 거듭할수록, 표면적인 요구 사항 이면의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해외 연구자들이 요구한 채용 공고는 단순한 일자리 정보가 아니라,
‘한국에 와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이었습니다.

낯선 연구 환경,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한 고립감, 경력 단절에 대한 걱정, 어디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막막함…. 그들이 원한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한국에서 연구자로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에 가까웠습니다. 

각각의 기능은 사용자의 불안과 막막함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깨달았습니다.
"AI는 기능을 제안한다. 하지만 사용자가 왜 그 기능을 필요로 하는지 해석하고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기획자의 몫이다."


좋은 UX는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전합니다.

산업연구원 디지털 역사관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아카이브 사업처럼 보였습니다. 보고서, 사진, 영상, 정책 자료를 디지털화하여 보여주는 플랫폼.
그런데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더 중요한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사용자는 이 역사관에서 무엇을 경험해야 하는가?"

자료를 검색하고 열람하는 것이 목적인가? 아니면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흐름을 이해하고, 현재와 연결된 의미를 발견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일까?

둘은 전혀 다른 서비스입니다.
첫 번째는 자료 저장소입니다. 두 번째는 경험 플랫폼입니다.

UX 기획자의 역할은 여기서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자료를 어디에 배치할지 고민하기 전에, 먼저 사용자가 어떤 여정을 경험해야 하는지를 정의해야 했습니다.
사용자가 산업화의 시작을 보고, 그다음 성장 과정을 이해하고, 현재 산업 구조와 연결 지으며, 미래에 대한 질문까지 던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이것은 단순한 정보구조 설계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경험 설계의 문제였습니다.
AI는 자료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감정과 어떤 이해를 남길 것인지 정하는 일은 사람을 이해하는 영역에 더 가깝습니다.


AI 시대, UX 기획자는 질문을 만든다. ©unsplash

AI는 답을 만들고, UX 기획자는 질문을 만듭니다.

AI를 쓸수록 더 또렷하게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AI는 답을 만드는 데 탁월합니다. 하지만 프로젝트에서 진짜 어려운 일은 답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질문을 만드는 것입니다. 

왜 사용자는 이 단계에서 이탈할까?
왜 이 기능이 필요할까?
왜 이 정책이 존재해야 하지?
사용자는 무엇을 불편해하는가?
무엇을 기대하는가?
어떤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가?

최근 수행한 프로젝트들을 돌아보면, 화면 설계보다 이런 질문에 답을 찾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알림 정책을 설계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떤 채널로 알림을 보낼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왜 그 알림을 필요로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컨설팅 프로세스를 설계할 때도 사용자가 언제 망설이고, 이탈하는지를 찾는 일이 더 중요했습니다.

UX 기획자의 역할은 점점 구현자에서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왜 만들어야 하는지 정의하는 사람으로 말입니다.


AI 시대의 UX 기획자는 경험의 방향을 설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AI 시대에는 인간의 역할이 줄어들 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UX는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AI 덕분에 표준적인 UX를 구현하는 일은 훨씬 쉬워졌습니다. 이제 누구나 평균 이상의 UX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비슷한 수준의 UX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건 또 다른 의미이기도 합니다. 표준 UX 자체는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결국 서비스의 차이는 사용자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가에서 만들어집니다.

사용자가 무엇을 클릭하는지가 아니라,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
어떤 기능을 사용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이해하는 것.
어떤 화면을 보여줄지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남길지 고민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의 UX 기획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AI는 앞으로 화면도, 정책도, 설계서도 더 잘 만들 것입니다. 그래서 UX 기획자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왜 만들어야 하는가?”입니다.

AI 시대의 UX 기획자는 화면 설계자에 머물지 않습니다.

사용자를 이해하고, 문제를 발견하고, 경험의 방향을 정의하고,
기술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AI는 UX를 구현합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맥락을 읽고 경험의 의미를 설계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역할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UX 기획자가 계속 필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작성: DX사업부 기획그룹 김영석 PL
편집: IR팀 김현정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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